기안84도 먹방 후 헛구역질…요즘 '핫'한 음식 위험한 이유 [이슈+]

입력 2023-11-16 20:00  



"이 세상 음식이 아니에요…"

남다른 위장의 소유자로 알려진 작가 겸 방송인 기안84는 인도 길거리 음식 '파이어빤(Fire Paan)'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최근 동영상 플랫폼 틱톡(Tiktok)과 유튜브 등에서는 '파이어빤 먹방 챌린지' 영상이 역주행하는 등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해 게시된 한 외국인 유튜버의 '불타는 잎을 먹어보자'라는 제목의 영상은 16일 기준 조회수 6715만회를 달성하며 역주행 대열에 합류했다.

일각에서는 파이어빤이 이른바 '죽음의 열매'로 알려진 빈랑(베텔잎)이 주재료인 데다가, 호기심을 자극하는 영상만으로 해당 음식의 위험성이 가려지는 것에 대한 우려를 표하고 있다.
'파이어빤' 방송·SNS 노출되며 관심…어떤 음식일까
파이어빤은 나뭇잎의 일종인 베텔잎 안에 각종 곡물과 설탕에 절인 과일, 건포도 등 식자재와 페퍼민트 에센스 등 향신료를 넣고 접어 먹는 인도 길거리 음식 중 하나다. 불이 붙은 나뭇잎을 단숨에 입에 넣어야 하는 탓에 '불타는 간식', '용감한 자만이 먹을 수 있는 간식'으로도 불린다. 구강 청정을 위해 껌처럼 씹고 뱉어내는 식후 입가심용 간식거리로 알려져 있다.

지난 3월 미국 주요 여행 안내 사이트 마타도어 네트워크 등은 "2015년과 2016년경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게시물을 통해 파이어빤이 대중화됐고, 온라인상에서 완전한 '돌풍(센세이션)'을 일으키고 있다"라거나, "파이어빤을 찾는 이들이 갈수록 늘고 있어 어떤 가게에서는 하루 100개 이상이 팔리는 것으로도 알려졌다"고 인기를 전했다.

국내에서는 지난 6월 MBC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2'에서 인도 길거리 음식을 찾으러 다니던 기안84가 파이어빤 먹방에 도전하는 모습을 선보여 관심을 끌었다. 영상에는 파이어빤 처음 접한 기안84가 "깻잎 같이 생겼다. 쌈 싸 먹는 건가"라고 묻자, 현지인이 이를 '빤'이라고 소개하는 장면이 담겼다. 파이어빤은 불이 붙은 나뭇잎을 직원이 건네주면, 이를 받은 손님이 주저앉고 바로 삼켜 씹어야 한다.


파이어빤을 씹던 기안84는 헛구역질하더니 "이 세상엔 없는 맛이다. 완전 다른 세상의 맛이다. 음식 카테고리 안에 들어갈 맛이 아니다"라며 "금연 치료제 같다. 담배를 안 피울 수 있을 것 같다. 40년 동안 먹은 음식 중 가장 새롭고 비교할 게 없다"고 평가했다. 해당 방송 공개 이후 국내 SNS에서 파이어빤 관련 게시물이 속속 등장했고, 실제 관심을 보이는 여행객들도 생겨났다.

지난달 말 131만 팔로어를 보유한 여행 콘텐츠 소개 인스타그램 계정은 '세계 최초 불 먹방 해볼 사람? 불맛으로 여러분을 '인도'합니다'라는 제목의 영상을 올리고 "영상 속 음식은 파이어빤으로 구강 청정을 위해 씹는 길거리 간식 같은 거다"라고 소개했다. 이에 일부는 "요즘 이거 먹는 사람들이 정말 늘었다", "인도 가서 한번 해봐야겠다" 등 관심을 보였지만, "담뱃재 맛 나는 걸 왜 먹냐", "입천장이 다 까질 것 같다" 등 부정적 반응도 나왔다.

특히 한 누리꾼은 "'빈랑'이라는 열매랑 잎, 다른 향신료 등을 싸서 씹는 행위이고 이 열매랑 잎은 구강암을 유발하고 1급 발암물질로 지정돼있다"며 "씹는담배와도 같은데 여행자를 위해 제대로 된 정보를 제공해줘야 할 것 같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세계보건기구(WHO) 국제 암연구소(IARC)는 2003년 빈랑을 1급 발암물질로 지정했고, 중국도 2017년 아레콜린 성분을 구강암 유발 물질로 규정한 바 있다. 빈랑에 함유된 아레콜린 성분은 구강암을 유발하고 중독·각성을 일으킨다는 판단에서다.
구강암 유발 '죽음의 열매'…국내서 한약재로 쓰인다는데

지난해 9월 22일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구강암을 유발하고 '죽음의 열매'로 불리는 빈랑 소비가 늘자 지방정부들이 판매 규제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이에 앞서 중국은 2020년 빈랑을 식품 품목에서 제외했고, 2021년 9월에는 방송과 인터넷 등을 통해 빈랑을 식품으로 홍보하거나 판매하는 행위를 전면 금지했다. 후난성에서 수년 전 구강암 환자 8000여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들 중 90%가 빈랑을 섭취한 것으로 집계된 영향도 있다.

국내에서는 빈랑이 한약재로 수입통관 제재 없이 매년 수십톤(t)이 수입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10월 23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홍성국 의원이 관세청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8년부터 지난해 8월까지 국내에 수입된 빈랑은 103.2톤이었다. 홍 의원은 "안전성 평가도 실시되지 않아 안전성이 담보되지도 않은 빈랑 수입을 두고 관세청과 식약처가 '핑퐁 게임'을 하고 있다"며 "신속한 안전성 평가 등 주무 부처의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했다.

하지만 같은 해 10월 27일 대한한의사협회는 입장문을 내고 "1급 발암물질인 빈랑이 무분별하게 한약재로 유통돼 마치 한의 의료기관에서 사용되는 것처럼 알려지면서 국민에게 불안감을 조장하고 있다"면서 "문제가 되는 중국의 식품용 빈랑과 의약품용 한약재인 빈랑자는 엄연히 다르다. 한의원에서는 한의사들이 빈랑자를 안전하게 처방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어 "중국에서 금지 조치한 식품 '빈랑'은 국내에서도 금지 품목으로, 국내에 식품으로도, 한약재로도 유통되고 있지 않다"며 "의약품인 빈랑자의 경우 우리나라를 비롯해 일본, 중국, 대만 등에서 처방되고 있고,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가 주관한 빈랑자에 대한 유전 독성시험연구에서도 빈랑자는 유전독성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부연했다.

식약처는 의약품 안정성 서한을 통해 빈랑자 및 대복피가 한약재로서 사람에게 암을 유발한다는 임상적 증거가 불충분하며, 현재의 정보만으로 한약재의 위해성 판단이 어렵다고 판단했다.



김세린 한경닷컴 기자 celin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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